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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학

돌이킬 수 있는 by 문목하

SF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. 최근에 테드 창의 소설들을 읽고 SF 소설에 관심이 생겨서 좋은 SF 소설을 찾아 다니고 있다. 겨울서점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좋은 SF 소설을 많이 소개해준다는 점인데 겨울서점을 통해 “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” 과 “밤의 얼굴들” “종이동물원”을 알게 되어 읽어보고 있다. 또 하나 겨울서점에서 계속 추천하던 책, 그래서 계속 읽어야지 했던 책이 바로 이 책 “돌이킬 수 있는” 이었다.


웹진에 소설을 게재하고 있던 중 SF 전문 출판사를 발견하고는 투고한 원고가 계약되어 출간한 소설이 "돌이킬 수 있는" 이라고 한다. 문목하 라는 이름 뭔가 특이한 것이 필명같다. 멋지다. 문목하 작가의 소설은 이 소설 말고도 “유령해마” 라는 소설이 나와있다고 한다.

생각해보니 테드 창에서부터 김초엽, 황모과 작가의 SF소설들은 모두 단편인데 반해 이 작가는 두편의 소설 모두 장편이다. 장편 단편을 두고 어느 쪽이 더 쉽다 어렵다 잘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장편을 쓰기 위한 등장인물의 수에서 부터 각 개인의 캐릭터, 스토리 그리고 이야기와 이야기 간의 연결성, 복선까지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.

물론 테드 창과 같은 치밀한 과학적 사실,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하드 SF 는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통해 전해지는 메세지, 마주하게 되는 아이러니 등 생각할 거리를 계속 던져주는 소설이었다.


서울 어느 산이 있던 곳에 산이 통째로 꺼질만큼 커다란 싱크홀이 발생했다. 많은 사람들이 그 싱크홀과 함께 사라졌고 그들은 모두 실종 되었다(고 알려졌다). 실제로 살아서 올라온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기이한 초능력을 갖게 되었는데, 이 능력으로 인해 공권력과 대치 상태에 놓이게 된다. 이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서 생각이 갈리고 두 세력으로 나뉘어 반목하게 되면서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.

세력 간의 다툼, 공권력의 간섭, 이간질, 첩자.
여느 스릴러 못지 않은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과거와 현재로 시간을 이동함에도 혼란없이 읽히고 그 와중에 빵빵 터지는 반전, 그리고 복선.

단순히 다음이 궁금해서 읽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스토리 안에 인간의 모든 감정을 응축해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읽는 내내 먹먹했다. 시지푸스의 저주와도 같이 안될 걸 알면서도 끝까지 도전하는 인간의 숙명, 그 것 자체로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.

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할까.
정여준의 마지막 대사는 확실히 애잔했다.